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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진클리닉"이라는 강의를 듣고 졸업한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야 강의에 대한 리뷰를 씁니다.
사진클리닉은 어떤 강의였을까요?
(사진클리닉 강의 소개 및 신청 : 한겨레 문화센터)

제가 이 강의를 수강하게 된 것은 작년이었던 2007년 1월이었고 강좌에 대한 관심은 재작년이었던 2006년 여름,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 시작했던 즈음에 생겼습니다. 그전까지는 사진에 관심은 많았지만 본격적으로 찍지 않았었고 궁금한 점들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었습니다. 가끔은 서점에 가서 책을 읽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런 저에게 의문이 한가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인터넷 사진사이트에서 보는 사진들은 대부분이 비슷했습니다. 진짜 사진이 없다는 느낌이었죠. 그리고 사람들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장비얘기만 하고 카메라 조작법이나 촬영스킬에 관한 이야기만 했죠.

그런 것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혼자서도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실제 사진을 찍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사진은 전혀 발전하지 않는 느낌이었죠. 정확하게 말하면 사진을 볼 수는 있었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어떤 사진을 좋다라고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다 서점에서 "나의 첫번째 사진책"이라는 책은 접했고 그때 처음으로 장비가 아닌 사진을 읽는 법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곽윤섭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수강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강좌가 이미 시작해서 등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2개월을 기다렸습니다.

- 사진클리닉 강의는?
사진클리닉 강의는 말그대로 클리닉입니다. 수강자가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면서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을 서로 얘기합니다. 본인의 생각도 얘기하고 주변 동료의 평가도 받고 곽윤섭 기자의 평가도 들어봅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사진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보고 고민을 해보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들어보면 사진이 달라집니다.
나의 첫번째/두번째 사진책에서는 일방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지만 강의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로 사진이라는 한가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강의는 매주 이렇게 진행됩니다.
각 강의는 커리큘럼에 따라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됩니다. 첫시간에는 지난 과제가 없기 때문에 그냥 진행되지만 두번째 시간부터는 먼저 지난 시간의 과제를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듣습니다. 이 시간의 이 강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입니다. 모든 과제 사진에 대해서 얘기를 합니다. 보통 두 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제 경험상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고 느끼는게 가장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과제 리뷰가 끝나면 짧은 시간동안 그 시간의 강의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강의는 아주 자세히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배울까요? 단순합니다. 강의에서는 해당 주제에 대해서 아주 중요한 부분만 얘기합니다. 나머지는 과제로 해결합니다. 과제를 1주일동안 수행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생기는 의문은 강의 시간에 질문을 하거나 동료들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본 강의의 목적이 지식의 전달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저는 매우 좋았습니다. 단편적인 지식들은 사진책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강의는 기본적으로 위와 같이 진행되지만 이 강의에는 보너스가 몇가지 있습니다.
1) 수업 출사 : 수업출사는 두번 진행됩니다. 야외에서 함께 모여서 서로 모델을 해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강의의 재미를 주는 방법이기도 하면서 실제로 초보자들도 이렇게 모여서 사진을 찍으면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수업출사의 도우미를 졸업생들이 하기 때문에 서로 친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2) 졸업생 커뮤니티 : 보통 문화센터 강의라고 하면 강의만 들으면 그대로 관계가 끝나는게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강의는 졸업생들이 모여서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가기도 하고 놀러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여기 좋은 분들이 참 많습니다. 현재 제가 이 동호회의 대표로 있습니다.^^;
3) 특강 : 강의 커리큘럼 외에 가끔 특강이 있습니다. 워크샵 때나 아니면 이벤트가 있을때 곽윤섭 기자가 특가을 해주시거나 초청 특강을 합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가 들은 특강만 꽤 되는 것 같습니다. 곽윤섭 기자가 한겨레신문 기자라서 한겨레 사진기자들의 특강도 가끔 있습니다. 물론 비정기적입니다^^

- 사진클리닉 강의의 매력
1) 담담한 강의 스타일 : 처음 곽윤섭 기자를 보았을때 좀 딱딱해 보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이 있습니다. 화려한 수사를 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보다도 매력이 있습니다. 강의의 진실성이 느껴집니다.
2) 탄탄한 커리큘럼 : 매주 진행되는 강의의 주제는 "구도"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이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제 생각에는 프레임 구성하기 정도로 변경했으면 합니다) 그 뒤에 따라오는 "인물", "단체사진", "결정적 순간", "셔터스피드", "재해석", "빛의 변화", "특별한 빛", "플래시", "관계" 등 사진에서 어떤 주제를 드러내기 위하여 사용되는 기본적인 고려사항들을 모두 다룹니다. 나중에 졸업을 하게 되면 이런 것들이 머리속에 남아서 실력이 갑자기 쑥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 사진클리닉 강의에서 아쉬운 점
1) 사진클리닉은 사진을 평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래서 한계도 있습니다. 평가에는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평가기준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표면적인 결점과 좋은 점만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이기 때문에 필연적인 한계인듯 합니다. 다행히 뒷풀이도 자주 있고 동호회 활동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개인적으로 더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2) 커리큘럼에 빠진 한가지? 12주 간의 과정에서 중요한 한가지가 빠져있습니다. 바로 "소통"입니다. 제 기준에는 사진에 있어서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강의에서는 소통에 관해서 다루지 않고 있고 실제적으로 그걸 다룰 여유도 없습니다. 사실 소통이라는 것이 12주 내내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뵌 적이 있는 임종진 기자(지금은 기자를 관두셨습니다)는 이 소통에 관한 내용을 무려 16주간 강의를 합니다. 기회가 있다면 들어보고 싶은 강의입니다. (임종진 기자 강의)
3) 이 강의는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초심자들도 많고 꽤 사진을 잘 찍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모두들 얻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도 초심자들이 많아서 다양한 장르의 사진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얘기하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물론 강사가 기자라는 점에서 포토저널리즘이 강조될 수 밖에 없습니다(저는 포토저널리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역시 깊이 있는 이야기는 개인적인 시간에서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런 점들은 본인이 원한다면 동호회 활동이나 개인적으로 곽윤섭 기자와 만나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매우 좋습니다.)

- 추천?
사진을 깊이 있게 생각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입니다. 내가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지 내 사진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들어보시는게 어떨까 합니다. 12주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혼자 사진 찍기 싫으신 분들께서 강추합니다. 언제나 함께 하는 동기들과 졸업생들이 있습니다.^^

- 그리고 나?
사진클리닉 강의를 들으면서 제 인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 처음으로 동호회 활동을 하게 되었고 거기서 지금의 연인을 만났고, 사진과 함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좋은 분들, 그리고 너무나 즐거웠던 추억들 제 인생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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