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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사진가의 여행법"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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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평론가인 진동선 씨가 딸과 함께 한 사진을 위한 유럽 여행을 기행문/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진동선 씨의 시각으로 본 유럽의 모습들이 사진으로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봅니다.

저도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고 사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리고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포토저널리즘/다큐 사진에 매력을 많이 느꼈고 그렇지 않은 분야의 사진들에 대해서는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변화는 최근의 매그넘 코리아 전시회를 통해 생겼습니다.
전시회 이전에 매그넘코리아 특강 등을 통해 미리 사진을 접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의 매그넘의 트렌드는 포토저널리즘/다큐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기는 하지만 그들 스스로도 다양해져 가는 사진계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 가운데 알렉스 마욜리나 리즈 사르파티 등이 있는듯 합니다. 그들이 보도사진을 찍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매그넘 사진가들과는 좀 다른 특이한 작업들을 합니다. 알렉스 마욜리가 했던 "낮에 찍은 밤 같은 사진"과 "밤에 찍은 낮 같은 사진"을 함께 붙여서 한 작업들, 리즈 사르파티의 "어떤 공간에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여인들을 배치해서 작업한 사진" 등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특이한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진들을 보면서 이 사진가들은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생각의 흐름들을 사진에서 이어 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흐름들을 이어 갈때는 어떤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어떤 예술적 소양들이 필요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사진을 보면서 "나는 감성적으로 어떤 의미를 사진에 이입하고 있는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사진가의 여행법"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에서 진동선 씨는 사진에서 중요한 LCDF를 얘기하면서 시작합니다.
그가 말하는 LCDF는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습니다.
물리적 LCDF는 Light, Color, Design(조형 요소), Frame(사진의 프레임, 프레이밍)로 이루어져 있고, 정신적 LCDF는 Look, Choice, Directing(연출, 인위적 조작이 아닌 사진적 의미의 정신적 연출), Frame(정신적 프레임)이라고 얘기합니다.
저는 위의 요소에 동의하면서 나는 Look이 많이 부족하지 않은가 고민합니다. 어떤 대상을 바라보면서 그것의 존재론적 의미를 생각해보고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하고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Look입니다.
사람의 여러가지 성격 중에서 냉철하고 이성적인 편에 속하는 저는 확실히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진동선 씨의 글을 이런 저의 생각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작가는 그러면서 여행을 시작합니다.
유럽 여행의 코스는 사진스 또는 미술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곳들을 위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셀, 아를, 파리, 베니스, 니스, 칸, 프로방스술 등등 짧은 시간 동안 타이트하게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작가가 평론가여서 그런지 사진/미술적인 여러 의미들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자신이 거기에 동화되어 사진을 담았음을 얘기합니다. 제 마음에 드는 사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진도 많이 있지만 작가의 "길"이라는 주제에 대한 사진 작업은 주목할만 했습니다.

책 자체가 기행문 형식이라 각 사진들에 대한 깊은 얘기는 부족했지만 작가의 감성과 생각을 읽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몇 가지 사진을 찍는 스타일은 본 받을만 했습니다.
그 스타일이란, "첫번째 새벽과 저녁은 빛은 좋으므로 되도록이면 일찍 일어나서 거리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본다. 두번째 자신의 주제에 대해서는 항상 염두에 두며 사진을 찍는다. 세번째 모든 사진에는 자신만의 생각, 의미를 남긴다. 네번째 여행에서는 장비는 가볍게 한다." 입니다.

새벽에 사진을 거의 못찍는 저는 정말 배우고 싶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아주 깊지는 않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아주 기본이 될만한 시선들을 얘기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책 "한 장의 사진 미학"도 읽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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